[사설] '협동조합 환상' 깬 매일유업의 1위 등극

입력 2017-04-04 17:30  

매일유업이 창사 48년 만에 처음으로 업계 원조인 서울우유를 앞질렀다는 보도다.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이 1조6347억원으로 서울우유(1조6037억원)를 근소한 차로 제쳤다. 2년 전만 해도 서울우유가 매출에서 약 3000억원 많았지만 우유 소비 감소 여파로 뒷걸음질 친 반면, 매일유업은 적극적인 다각화로 성장을 이어갔다. 물론 우유·유가공품만 보면 서울우유가 크지만 재역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우유업계로선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량 감소가 피할 수 없는 위기다. 게다가 2013년 원유(原乳)가격연동제, 지난해 학교 우유급식 최저가 입찰제가 도입돼 가격 인상은 어렵고 경쟁만 치열해진 게 현주소다. 매일유업은 발 빠르게 커피, 유기농, 외식 등으로 영역을 넓혀 흰우유 비중을 18%로 낮췄다. 중국 분유시장에도 진출했다. 이에 비해 매출의 86%를 우유·가공유에 의존하는 서울우유로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얼마나 신속·과감하게 대처했느냐가 희비를 가른 셈이다.

이런 차이는 주식회사(매일유업)와 협동조합(서울우유)이란 근본적 구조에서 비롯된 결과다. 1주1표(주식회사)와 1인1표(협동조합)의 차이이기도 하다. 위기일수록 주식회사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위험분산이 강점을 발휘한다. 주식회사가 기업의 주된 형태로 자리잡은 연유다. 반면 협동조합은 소규모 생활조합으론 유용할지 몰라도 규모가 커질수록 조합원 총의를 모으기 어려워 변화 대처가 더디다. 조합원(낙농가) 이익 증진이 목적인 서울우유로선 사업다각화도 어렵다. 협동조합의 한계다.

그럼에도 협동조합을 주식회사의 대안으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FC바르셀로나 AP통신 썬키스트 등을 예로 든다. 하지만 이들은 주주 구성만 조합식일 뿐 실제 경영은 거대 기업과 다르지 않다. 위험투자 동기가 없는 협동조합식으론 불가능한 게 기업경영이다. 현대 문명은 창의와 성과를 시장에서 보상하는 자본적 원리로 지탱된다. 협동조합에 대한 환상은 문명 부정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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